가을 추위가 태풍을 막는다는데 왜 여전히 불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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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태평양에서 태풍 세 개가 동시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제27호 태풍 초이완, 제28호 태풍 놀로, 그리고 제29호 태풍 고구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태풍들이 한반도를 정면으로 찌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9월 말부터 북쪽에서 강력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가을 추위가 성큼 찾아왔다. 이 찬 공기 세력이 한반도 상공에 자리를 잡으면서, 남쪽에서 올라오는 태풍들이 북상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방벽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태풍들은 한국을 비껴가 일본 남쪽 해상이나 먼 바다로 진로를 틀고 있다.
솔직히 이건 좀 놀라운 부분이다. 우리가 느끼는 추위가 태풍을 막아주는 고마운(?) 존재가 될 줄은 몰랐다. 제27호 초이완과 제28호 놀로는 일본 남쪽 및 동쪽 해상을 지나 북동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제29호 고구마는 아직 초기 단계라 세력을 키우며 북서진 중인데, 주변 기압계에 따라 진로가 유동적이라 기상청도 긴장하고 있다.
추위가 태풍을 막아준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오히려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여름 내내 뜨겁게 달궈진 바다는 가을이 되면 최고 온도를 기록한다. 해수면 온도가 30도 안팎으로 높게 유지되는 바다에서 태풍은 엄청난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태풍 루사(2002년)와 매미(2003년)도 모두 가을 태풍이었다. 따뜻해진 바다는 태풍의 연료다.
여기에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가 태풍이 품은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충돌하면 대기가 극도로 불안정해진다. 태풍 자체의 세력 외에도 막대한 규모의 집중호우 구름대가 형성되어 피해를 키운다. 과거 루사, 매미, 힌남노 같은 초강력 태풍들이 이 메커니즘으로 탄생했다.

두 현상은 기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강한 가을 태풍이 북상하며 대기를 한바탕 흔들어 놓고 물러가면, 그 뒤를 따라 북쪽의 찬 대륙고기압이 남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추위가 시작되는 이유다.
이 급격한 일교차와 추위는 나무가 겨울을 준비하도록 유도하는 스위치이기도 하다.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숨겨져 있던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드러나 아름다운 단풍을 만든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질수록 단풍의 색은 더욱 짙고 선명해진다.
여름철 고기압이 물러나고 찬 공기가 내려오면 태풍의 길이 열릴 수도 있다. 현재 예보상 직접 영향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고구마처럼 초기 단계인 태풍은 진로가 유동적이다. 따뜻한 바다라는 연료 탱크가 가득 차 있는 한, 태풍이 언제든 초강력으로 변모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져 있다.
가을 추위가 태풍을 막아주는 방패가 될지, 아니면 태풍이 지나간 뒤 더 매서운 추위를 몰고 올 전조가 될지는 결국 기압계의 미세한 변화에 달려 있다. 방심하지 말고 기상 정보를 꾸준히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