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위와 재정 위기, 왜 나라 빚이 기업보다 위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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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채 금리가 5%에 육박하며 2002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과거 유로존 위기의 진원지였던 그리스나 이탈리아보다도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는 처지다. 국가 신용이 민간 대기업보다 못하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프랑스 정부 국채를 팔고 로레알이나 토탈에너지스 같은 다국적 기업의 회사채로 몰리고 있다. 정부가 돈을 빌리려면 민간 기업보다 더 비싼 이자를 줘야 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프랑스를 유로존의 변두리 국가를 뜻하는 '새로운 주변국'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수십 년간 유럽에서 무임 승차를 해왔으며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시위의 불씨는 정부의 고강도 긴축 재정안에서 시작됐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내각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43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안을 추진했다. 연금 인상 제한과 공무원 임금 동결, 복지 지출 동결이 포함되면서 서민들의 삶이 직접적으로 압박받았다.
여기에 마크롱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이 기름을 부었다. 법인세 인하와 부유세 폐지로 재정을 악화시켜 놓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서민의 복지를 깎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노동조합과 시위대는 긴축 대신 부유세 재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 환경의 악화는 학생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수년째 교육 예산이 실질적으로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교사 부족과 과밀 학급, 노후 시설 문제가 심각해졌다. 천장 누수와 해충 출몰 같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학교 출입구를 봉쇄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벨기에로까지 번진 이 시위대는 대중교통 비용 부담과 학습 자료 확보의 어려움 개선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일부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시위는 갈수록 확산하는 추세다.
프랑스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공공지출의 약 25%가 연금으로 들어가는데, 은퇴 연령을 높이거나 지출을 줄이려 하면 전국적인 파업으로 국가 기능이 마비된다. 반대로 긴축을 포기하면 채권시장이 국채를 투매해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외통수다.
정치권의 분열은 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유력 대선 주자들은 표를 얻기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리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마린 르펜 후보는 정년을 60세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는데, 실현되려면 연간 90억 유로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재정 위기는 곧바로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유로 달러 환율은 1.11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내 재정 위기 전이 위험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유로화 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부채 상환 비용은 2030년까지 59% 증가할 전망이며, 이대로라면 국방비를 압도하는 수준이 된다.
적절한 브레이크를 밟을 타이밍을 놓친 대가는 이제 국민과 시장이 함께 치르고 있다. 정치권이 포퓰리즘 공약 대신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