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 처분 기준, 투기는 엄격하고 관행은 유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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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농사만 지어온 고령의 농민들이 갑자기 강제 처분 공포에 떨었다. 전수조사의 칼날이 진짜 투기꾼이 아닌 선량한 농민에게 향했다는 오해가 번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결국 한발 물러서서 처분 기준을 다시 그었다.
이번 조사는 정부 수립 이후 78년 만에 처음 있는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다. 전국의 모든 농지를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작업이었다. 취지는 허위 영농계획서를 내고 땅값 상승만 노리는 투기 세력을 잡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고령화와 기계화로 인해 이웃에게 농사를 맡기거나 상속받은 땅을 잠시 쉬게 하는 것이 관행이 된 농촌 현실과, 직접 경작을 강조하는 낡은 법적 잣대가 충돌했다. 단속을 피하려는 지주들이 임대차 계약을 급하게 해지하면서, 정작 농사지을 땅이 필요한 청년과 전업농들이 위기에 처하는 부작용도 속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정감사 직후 브리핑을 열고, 투기 목적이 없는 일반적 사유로 적발된 농지는 처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농지법에 우선하는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처분 절차를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정부가 정리한 처분 제외 대상은 크게 다섯 가지다. 상속으로 물려받아 직접 경작하지 못하는 경우, 고령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워 이웃이나 친척에게 맡긴 경우, 종중이나 사찰 소유처럼 소유 관계가 복잡한 경우다.
또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임대차나 미허가 시설을 적법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최장 3년의 유예 기간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농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관행은 봐주지만 투기는 엄단한다. 정부는 명백한 투기 목적의 농지는 현행 농지법에 따라 처분 명령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소명 절차를 거쳐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법적 처분이 내려진다.
정부가 지목한 명백한 투기 유형은 세 가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땅을 사놓고 방치하거나 불법 임대하는 경우, 경매 등으로 지분을 쪼개 사들인 뒤 허위 계획서로 가격 상승을 노리는 경우다.
농업법인을 이용해 직접 농사짓지 않고 농지를 분할 매각하거나 임대해 부동산 수익만 올리는 행위도 처분 대상이다. 이런 행위는 소명 절차 후 현행법에 따라 처리된다.
전수조사 발표 이후 뜻밖의 호황을 누린 곳은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이다. 개인 간 임대차는 불법 소지가 있지만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투기꾼으로 몰릴 것을 우려한 지주들이 너도나도 농지를 맡기면서 대기자가 급증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내년도 농지은행 예산을 늘리고, 매입 대상을 비진흥지역 농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한 분이라도 불안하게 여기신다면 저희들의 불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사안은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했습니다.
정부는 이달 말 특별조치법을 발의해 연내 국회 처리를 마무리하고, 2027년 상반기까지 기존 농지법 개정안도 제출할 계획이다. 농업 단체들은 우려가 반영된 점을 환영하면서도, 이미 하락한 농지 가격을 회복할 대책이 빠졌다고 지적했다.